미국 사실상 ''IMF사태'' 진입
크루그먼 "집값 50% 추가하락. 최대 7조달러 추가 손실"

2008-03-18 08:56:21 기사프린트 기사모으기



미국 부동산거품 파열이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며 앞으로 최대 50% 집값이 더 떨어지면서 월가에 6조~7조달러의 천문학적 타격을 가해,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미국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사실상 ''IMF 사태''가 발발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세계경제에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폴 크루그먼 "미국집값 50% 떨어지며 6~7조달러 추가손실 발생"

세계적 경제석학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경제학 교수는 17일(현지시간) <포천>과의 인터뷰 및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주택가격과 임대율 비율이 적정수준에 이르려면 전체 주택가격이 25% 하락해야 하며, 그동안 부동산 거품이 심했던 마이애미와 로스앤젤레스 같은 지역에서는 40~50%에 이르는 주택가격 하락세나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모기지 상환액이 담보가치보다 커지는 상태에 놓이는 주택의 소유주가 전체의 4분의 1 정도인 2천만명에 이를 때까지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주택부문에서만 6조나 7조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공황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위기가 지난 1990년대 206개 은행의 파산을 초래했던 저축대부조합(S&L) 사태와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됐던 2001년의 상황을 합한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연방 준비은행이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금리가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 때문에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가 0%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들 것을 우려했다. 일본은 1990년 부동산거품이 터지면서 일본중앙은행이 금리를 0%까지 내렸으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서 10여년간 장기복합불황에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는 이어 "지난번 경기침체는 공식적으로는 8개월 만에 해소됐지만 고용은 30개월 뒤에나 회복됐다"며 "만약 올해 1월 경기침체가 시작됐다고 하면 이번에도 2010년 7월에나 경기회복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나 침체가 2011년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 장기 경기침체를 예고했다.

그는 이에 따라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면서 월가 금융기관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의 불가피성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주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관리를 지낸 존 립스키가 미국 금융시스템을 구제하기 위해서 공적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제안을 내놓았다"며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정부 예산을 동원한 구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2차 세계대전후 최악의 고통"

2001년 9.11사태후 금리를 1%까지 내려 오늘날 자산거품을 만들어낸 주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17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현재 미국의 금융 위기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최악의 고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초 미국 주택 가격의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고 그 후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집을 잃었다"며 "주로 투자용으로 사두었던 주택 60만채가 매물로 나왔고, 여기에 신규 주택물량 20만채가 더해져 집값이 빠르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택 재고 청산비율이 최고 수준에 달할 때 비로소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며 "그러나 그 시점이 몇 개월이 걸릴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향후 상황이 예측불허임을 시인했다.

스트로스 칸 IMF총재 "미국발 금융위기 세계로 파급"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도 이날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최 유럽 구조개혁 콘퍼런스에 참석,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불과 수주 전에 비해 더욱 심각하고 국제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위험요소가 매우 크며 경제환경이 아직도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IMF와 OECD가 미국의 경제전망을 하향조정할 것"이라며 미국 성장률 추가 하향 방침을 밝히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지금 세계경제가 심각한 경제 하강국면에 직면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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