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사람과셈틀 회사대표 김정기 입니다.

지금 올리는 이 글은 참으로 참담한 심정과 무거운 마음 속에쓰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저희 회사와 저를 믿고 제품을 구입해주신 고객 분들께 더 이상의 혼란과피해를 드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잠시도 떠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과는 달리 제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일이지금 제 주변에선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2005년 2월부로 회사와 회사 대표인 저는 모든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10년 넘게 같이 일해왔던 직원들과 회사, 그리고 고객 분들을 포기할 순 없었고 마지막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회생할 수 있는방법을 찾아 보았지만 몇 년째 최악의 경제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선 시간만 흘러갈 뿐 좋은 방법을 찾기 힘들었습니다.결국 이렇게 고객 분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고객 분들께 고개를 들 면목이 없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니 10년 전 그 당시 1세대 벤처기업 회사에서 개발부를 맡고 있었던 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젊음을 다했던 회사를 떠나용산의 선인상가에 작은 매장의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제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컴퓨터 관련업은 당시젊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꿈을 가져다 주었고 저 역시 마치 컴퓨터를 많이 알면 세상을 다 얻을 것 같은 꿈을 꾼 적도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컴퓨터 없는 세상을 생각하기 힘들다 해도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란 생각에 회사 이름을사람과셈틀로 지었습니다. 컴퓨터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이유 하나였습니다.

원래 제품 개발 쪽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부족해 용산 매장에서 조립 컴퓨터와 컴퓨터 부품을 판매하면서 사람과셈틀이 시작되었습니다.

개발 쪽에서 일했던 경험과 지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찾아와 주시는 고객 한 분 한 분께 최선을 다해서인지 인터넷이 발달되기 이전의각종 통신망에서 저희 회사를 추천해 주시는 고객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선 대만산 일색인 제품을 판매하여이익을 내야 하는 현실이 몹시 답답했고 수입 제품을 칭찬하며 판매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 때결심하게 된 것이 제 손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발과 제조는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고 대량생산을 해야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던 저는 대 기업이 손대기 힘든 작은 시장이지만 외국산에 비해 경쟁력있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찾다 소프트웨어에 따라 제품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컴퓨터용 TV 수신카드라는 제품에 관심을 갖게되었습니다.

여러 고객 분들이 찾아와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주었고 몇몇 분들은 자비를 들여서 제품 생산에 필요한부분을 도와 주기도 하셨습니다. 너무 고마웠던 분들 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onAir TV 라는 제품을 처음으로 100 대 생산했습니다. 아주 작은 생산이었습니다. 당시 저희 회사에 질책과 칭찬을 해주며 관심 갖고 보아 주었던 통신망의 여러 동호회의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도움을 주신 분들께 제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좋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며 정말 많은노력을 했습니다. 그 결과인지 각종 컴퓨터 전문 매체에서 실시하는 대부분의 벤치마크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되었고 국내에선외국산 TV 카드가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1997년 정부의 디지털방송 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저희 회사에 큰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고화질 디지털 TV 는 2005년인 지금도 아주 값비싼 디지털 TV 라 해도 방송국에서 송출하는원래의 고화질을 다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컴퓨터 모니터를 활용한다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디지털 TV를 수신할 수 있고녹화, 재생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컴퓨터용 TV 수신기 시장이 더 넓어지고 국내를 떠나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생길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TV 수신기를 개발하려면 더 많은 개발 인력과 기자재가 필요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 큰 고민으로 다가 왔습니다. 더군다나 저희는 기존에 판매했던 아날로그 TV 수신기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도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디지털 TV 수신기 개발에 필요한 자금력은 없었고 이것이 기회가 될 수도있고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자금을모두 동원해서 1차 샘플을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필요한 개발 인원 보충과 기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 투자도 받고은행 전환사채(CB)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품 개발의 마무리 단계쯤에서 방송 방식 논란이라는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치게되었습니다. "정부에서 발표한 미국 방식 고화질 HDTV냐 이동 수신이 쉬운 유럽 방식이냐" 이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기시작했고 각종 뉴스와 대담 프로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TV 방송 계획이 발표된 이후 저희회사의 주 매출 원 이었던 아날로그 TV 수신카드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데다 개발한 디지털 TV 수신카드는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보기도 전에 방송 방식 논란에 휩싸여 상황이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방송 방식 논란이 계속 되는 한 더 이상일반인을 상대로 한 제품 판매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저희 회사 규모상 힘겹지만 대 기업 OEM 에 총력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 역시 방송방식 논란은 쉽게 넘기 힘들었고 오히려 만약에 방송 방식이 바뀌면 컴퓨터 전체를 환불해 줘야 할지도 모른다는생각을 하면서 그들은 납품을 받는 수량을 줄었습니다.

결국 3년여 동안 벌어진 방송 방식 논란 속에 TV 수신카드만 개발, 제조하던 저희 회사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 필요하단 생각하에 다른 모든 개발을 뒤로하고 마지막 총력을 다해 개발한 제품이 OnAir USB HDTV 입니다. 이 제품은 매년 2 배가까이 수요가 늘고 있는 노트북 컴퓨터에서도 동작 시킬 수 있고 데스크톱 컴퓨터의 뚜껑을 열지 않아 쉽게 설치가 가능하며 다른제품과 충돌이 거의 없는 제품입니다. 방송 방식 논란이 더욱 극열해진 국내는 거의 포기했으나 미국의 큰 유통기업과 전 세계1위의 컴퓨터 판매를 하는 업체로부터 상당히 좋은 평과 함께 수출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저희는 제품을 생산할 자금이바닥 난 상황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경기 하락을 거듭하던 국내에서 생산 자금을 구한다는 건 정말 어려웠습니다.2004년 6월 수년간 지리 하게 끌던 방송 방식 논란은 없었던 일로 처리 되며 원래의 방식대로 결정 되었지만 이미 직원들급여도 밀리고 결국 2004년 9월 오랫동안 같이 일하던 상당수의 직원들과 헤어져야 했습니다.

2004년 말 국내의대기업으로부터 회사 설립이래 가장 큰 납품 제안도 들어 왔으나 이미 저희는 자금 부족으로 생산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거기에업 친데 덮친 격으로 은행 측으로부터는 투자한 자금 회수 요청이 들어왔고 결국 이를 납부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벌어지는 엄청난채무 압박은 참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몇몇 업체들은 채권 추심 전문 업체에 의뢰하여 개인적인 협박도 받았지만 그렇다고 내 살길만찾을 순 없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회사를 회생시킬 모든 방법을 알아 봤으나 어려운 국내 경기에 눈물을 감춰야 했습니다.

회사의 채무 문제로 회사를 회생시킬 유일한 방법인 인수 업체를 찾는 것 역시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희 온에어 TV고객이었던 분을 만나게 되어 마지막까지 개발했던 제품인 OnAir USB HDTV 제품과 저와 함께 회사에 마지막까지 남아주었던 개발진 인수를 제안했고 그 분께서 기꺼이 인수를 결정해 주셨습니다.

어려운 경기 때문에 매각 금액은 작지만그래도 저희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부품 납품업체와 은행권 채무를 일부지만 갚을 수 있을 것 같으며 나머지 큰 액수의 채무는 회사대표였던 제가 짊어지고 나머지 저의 인생을 걸어야 할 상황입니다. 채무와 함께 저희를 믿고 제품을 구입해 주신 고객 분들에 대한의무도 저의 짐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발진과 제품을 인수한 분께 기존 고객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간곡히 요청 했습니다.

심각한 고민 끝에 인수 하신 분께서 "온에어" 라는 제품 이름이 갖는 정신을 이어가자는 의미로 새로 설립한 법인 명을"온에어솔루션" 이라고 이름 짓고 지금까지 온에어 TV 수신카드가 이어온 제품정신을 더욱 더 훌륭하게 만들어 가기로약속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더 이상 ㈜사람과셈틀에서 기존 제품에 대해A/S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상황이라 기존의 온에어 TV 수신카드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단종 하기로 하였으며 기존고객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온에어솔루션사에 저희 아날로그 TV 수신카드를 구입하신 모든 고객 분들을 대상으로 마지막으로 시장에서거래되던 온에어 TV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그 금액을 100% 인정해서 USB HDTV로 보상 판매 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고협의 중 입니다.

제가 요청한 아날로그 TV 보상 기준 금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1. OnAir TV 1  - 7 만원
2. OnAir TV 2  - 9 만원
3. Little OnAir TV (FM 모델 포함) - 7 만원

협의가 끝나는 대로 온에어솔루션사의 홈페이지에 자세한 내용이 공지될 것입니다.

10여년전 Windows 98 환경에서 동작하는 OnAir TV 라는 제품을 개발, 판매하며 수 없이 프로그램을 버전업 했고 특히새로운 Windows 가 나올 때 마다 저희 역시 처음 접하는 Windows 환경에 맞게 드라이버와 프로그램을 개선하느라힘겨웠던 것도 솔직히 사실이었습니다.

가끔은 10년전 모델을 구입했던 고객이 지금까지 잘 쓰고 있고 매번 새로운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사용할 때 마다 새로운 제품을 쓰는 것 같아 고맙고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 부품 중에서 가장 오래 사용하고있다고 메일을 보내 주시지만 솔직히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어떻게든 이 상황을 돌파해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면회사 존립이 어렵다는 고민도 늘었습니다.

프로그램과 드라이버 개발은 정말 많은 시간과 개발 비용이 들어 갑니다.하지만 통상 이 계통에선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비용을 받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오래되어서 많은 모델을 가진 회사 일수록 개발진이많아지고 비용 면에서 힘들어 지는 것을 뼈 저리게 배웠습니다.

이제 (주)사람과셈틀엔 대표이사인 저 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제가 고객에 대한 의무를 다 하려 해도 혼자 힘으론 솔직히 역 부족인 상황입니다. 2004년 9월 상당수의 직원들과 헤어질 때이미 아날로그 TV 프로그램 개발 팀은 흩어졌습니다. 더 이상 아날로그 TV A/S 나 소프트웨어 버전업은 어렵습니다. 저희가마지막으로 총력을 다했던 USB HDTV 제품은 프로그램 완성도가 높고 다양한 디지털 TV 환경에서 사용하는 미국에서도 좋은평을 받고 있는 제품 입니다. 그래서 USB HDTV 프로그램에 필요한 몇 개의 기능만 더 추가된 이 후 제개인적으로라도 DTV 1500, 2000 모델에 USB HDTV 프로그램을 이식하는 작업을 통해 최소한 프로그램 기능 추가만이라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온에어솔루션사와 보상 기준 금액 10 만원 선에서 USB HDTV로 교환이 가능하게 협의 중에있습니다.

제 기억 속에 가장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모델이 하드웨어 방식의 DTV Pro 입니다. 회사창설이래 가장 많은 개발비를 투자한 모델이기도 합니다만 채 1000 개도 판매하지 않고 가장 빨리 단종한 가슴 아픈 모델이기도합니다. 통상 하드웨어 방식 제품을 잘 지원하려면 핵심 칩을 설계한 회사의 지원과 관련된 자료가 많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TV카드 류만 생산하는 작은 기업이라 칩 회사의 지속적인 지원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역시 고객 지원이 어려웠고 일찍단종한 제품이 되었습니다.

가장 좋은 화질을 출력하는 제품이지만 좀 더 나은 제품으로 기능을 추가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저의 의지와는 달리 저의 현실로선 어떻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사과 드린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온에어솔루션사와 기존 DTV Pro 구입자에 한해 USB HDTV 구매 시 10 만원 할인 받을 수 있는 쿠폰이나 다른 방법을 협의 중에 있습니다.

10여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300만원이란 자금을 가지고 설립했던 사람과셈틀이란 회사에서 누구 보다도 많은 애정을 가지고보아 주셨던 많은 고객 분들과 동호인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근무해 주었던 직원들께 좋지 못한 결과를 보여 드리게 되어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저 역시 최선을 다해서 근무했습니다만 10년이 지나며 이제 창업할 때 제 손에 들고있었던 자금의 수 백배에 해당되는 부채를 안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또한 국가적으로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또 한 사람이 되었다는부담 또한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부채에 대한 압력과 협박에 시달리며 저희 회사보다 작은 규모의 납품 회사들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며 단 한번도 전화를 피하지 않았습니다만 저 역시 사람인지라 조금씩 지치는 것 같습니다.

이글을 올리면 이해를 해주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 욕 하시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마지막 까지도 고객에 대한도리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너무 많이 변해버린 제 환경 속에 제가 어디까지 더 지원을 해 드릴 수 있을지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제 나이 44 살 입니다. 정신적으로 지치지만 않는다면 아직은 제가 더 도리를 지킬 수 있을 나이라 생각하며 나머지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을 가면서 반성과 함께 좋은 방법을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많은 도움을 주셨던 고객 분들과 힘든 상황 속에 성실히 근무해 주었던 직원들과 저를 개인적으로 알고 물심양면으로 이끌어 주었던 많은 동호인들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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